고고! 직딩촌/직장인 에세이

눈물젖은 미소에서 본 묵직한 진실...

양꽁커리어 2010. 9. 25. 13:40

학창시절, 동기ㆍ후배들과 함께
남도답사 여행을 마치고,
여행 끝자락에 저희 고향집에서 모두 1박을 하고,
서울로 출발하는 날, 터미널에서..후배 한녀석이(물론 여학생이었죠)
버스에 오르지 않고 미적거리더니...
자기만 하루 더 묵어가면 안되냐고 내내 서운한 기색입니다.
“임마, 집 떠난지 며칠인데...얼릉 올라가야제”라며 한대 쥐어박았습니다.
배웅하고 집에 돌아와... 여독에 금방 잠이 들었는데...
어머님이 전화받으라며 급히 깨우십니다.
전화 수화기에선 아까 그 후배가 지금 혼자만 남았다며
데리러 와달라는 말이었습니다. 광주터미널이라면서
(그때만 해도 해남에서 서울가려면 광주를 경유하는데..거기서
혼자만 내렸던 것 같습니다.)
무슨 이런 경우가 있는가 싶어...툴툴거리며 광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.
내내 그 후배를 원망하면서도...
점점 애잔함과 걱정이 더 앞서기 시작합니다.

광주터미널에 도착해서 약속한 매표소 앞에 갔더니...
매표소에 줄지어선 사람들 틈속에서...초췌하게 서 있는
후배. 저를 보더니 그냥 웃습니다...이미 얼굴은 눈물범벅인데
...어찌해야합니까...
그친구 작은 선물상자를 내밉니다. 스카프랍니다.
하룻밤 묵으면서 보살펴주신 저희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답니다.
.....그냥 후배의 차디찬 볼만 매만져주고는 끝내 그냥 올려보냈습니다.
.....돌아오는 길 느닷없는 내 눈물에 참...당혹스럽기만 했습니다.

누구든 사람들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
결코 이길 수 없음을
그때 어설프게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.